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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 자끄 프레베르 -
우선 문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을
뭔가 간단한 것을
뭔가 유용한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새장을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걸어 놓을 것
아무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여러 해가 걸려서
오기도 한다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것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차례로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나무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싱싱한 바람과
햇빛 또한 그릴 것
그리고는 새가 노래하기를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림이 잘못된 것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싸인해도 좋다는 것
그러거든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서
그림 한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라.
자끄 프레베르는 자유로운 시인이다. 1900년 2월 4일에 태어나 희곡, 작사, 시나리오 등을 썼으며, 어린이, 새, 꽃을 주로 노래하는 시인이었으며, 어떤 단체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걷다가 1977년 4월 11일 눈을 감았다. 이 시는 민음사에서 1975년 번역 출간된 '꽃집에서'라는 시집에 15번째로 수록된 작품이다.
※ 그림은 NY에서 활동 중인 박보순 화백의 스튜디오에서 내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임.
우리가 詩를 읽는 이유는 거짓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