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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사 반세기 전 어느 날...... 그러니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국민학생이던 누나는 흙탕물에 뒹굴며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던 내게 물었다.
"중찬아! 넌 무슨 색이 제일 좋으니?"
"음......난 보라! 보라색이 젤 좋아~~~ 왜?"
누나는 무슨 책을 보고 있었는데 잠시 뭔가를 찾아보더니......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예술가의 기질이 있단다."
"그래? 난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난 나중에 화가가 될래..."
누나는 무슨 잡지책을 보면서 꽃말, 색말(?) 등을 보다가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누나가 읽어준 보라색에 대한 한 마디가 나를 인위적으로 그림과 가깝게 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될거라 믿었던 것이다. 글씨도 모르던 5-6살 때인가......????

그리고 몇 년 후......
국민학교 3학년 때 전 엄청난 발견(?)을 하고 말았다.
누구나 그럴 것이 아주 어릴 때는 표현력이나 지식이 빈약하여 지금과 마찬가지로 24비트 컬러에 가깝게 엄청난 색상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구분은 하되 몇 가지로 압축하여 겨우 표현한다는 게 빨강, 파랑, 노랑, 검정 정도일 것이다. 흰색과 투명도 딱히 구분 못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늘색과 녹색, 연두색... 이 모든 색을 어릴 때 그냥 '파랑'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 나이에 '보라'를 말로 표현한다는 건 어떤 시각에서 보면 대단한 표현이 아닐까? 국민학교 1,2학년 때까지도 한 번 머리에 박힌 '보라'는 언제나 보라였고 굳이 그 보라에 대한 의문을 품어 보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던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미술시간에 바로 그 엄청난 발견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문제가 뭔고 하니......
내가 그 동안 '보라'로 알고 있던 색상은 다름 아닌 '분홍'이었더란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마음은 분홍인데 입은 보라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그 꼬마 머리 속이 느껴지는가? 그 색상의 의미는 둘째 치고라도......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한 그 하나의 기억이 나에겐 큰 의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장과정에서 그 기억은 그냥 가벼운 깨달음이 아닌 인생철학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나는 뭔가에 몰두하면서 지금 하는 일이 '보라'가 아닐까 고민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게 아닌데 그 때는 찰떡 같이 믿고 밀어붙였던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았던 실수와 인간관계들이 나에겐 그냥 '보라'가 아닌지 되묻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분홍색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분홍에 대한 짝사랑을 잠재웠던 보라도 좋아한다.

아직까지 젊음 하나로 밀어붙이는 내 무식한 인생살이에서 분홍은......
난 아직도 분홍을 찾아 호흡하고, 분홍을 찾아 방황하고, 분홍을 찾아 일한다.
이른 걱정이지만 분홍의 삶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내 인생이 후회스러울 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분홍을 보라로 착각하지 않았기만을 바라며 하루를 돌이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