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y222.net/zbxe/14481다섯번째 여자는 고등학교 1학년 가을에 만났다.
학교행사기간 중에 작품설명과 행사 안내를 하느라 광주학생회관에 나흘간 머물 때였다.
행사 첫날, 머뭇거리던 내 앞에 밝게 웃고 지나가는 키 큰 여학생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습관적으로 한 눈에 반해 버렸는데......
그날 밤 나는 그 밝은 미소의 여학생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다음날 비슷한 시간에 생각지도 않았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이번엔 놓칠 수가 없었다.
그녀를 붙잡고 내가 만든 로보트를 보여주며 무척이나 잘난체 해댔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잘난체 하면 싫어하는데......
순진한 그녀와 친구들은 그렇지 않는 듯 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나보다 한 두 살 많아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저...... 몇 학년 이세요? 전 1학년인데......"
인생에서 늘 그렇듯 그중에서 젤 못생긴 여학생이 대답했다.
"우리요? 우린 3학년이예요."
"아 네~~ 그러세요. 저보다 누나들이네요......"
"어머머!! 중학생이세요?"
......
"뭐야? 중3이야??? 고3 아니고????"
그녀는 광주학생회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코앞에 두고 친구들과 떼몰려(?) 다니며 공부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고 제대로 말도 못걸던 나는......
그녀들이 나보다 1살 어리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있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집에 보내고......
내가 처음에 찍어 둔 그녀와 단둘이서 떡볶이를 먹는 기회가 왔다.
그녀와 떡볶이를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졌다.
그 다음날에는 그녀가 찾아와서 김밥을 사줬다.
행사 마지막날에는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손을 뒤로 감추고 다가 오더니 숨겨온 꽃을 들이밀며 생긋 웃는 것이었다.
"오빠! 난 중3이라 바쁘거든요. 고입시험 끝나면 만나요.
12월15일 오후 5시에 여기에서 기다릴께요."
"뿅~~"
그날 이후, 내 책상 머리에는 그녀가 건네준 안개꽃이 걸렸고...... 내겐 희망의 꽃이었다.
꽃이 하루하루 말라가더니 푸석푸석 해지고.......드디어!!!!
눈 내리던 1987년 12월 15일 오후 5시......
한 시간 일찍 나와서 기쁨에 떨고 있던 나......
그러나 밤 9시가 넘어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날짜를 잘 못 알고 있나?'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다음 날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