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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00년간 군사·교역 거점… 2010년까지 옛모습 복원키로
하멜이 살던 마을엔 기념관도
강진=권경안 기자 gakwon@chosun.com
입력 : 2007.07.17 01:49 / 수정 : 2007.07.17 03:45


전라병영(兵營)은 약 500년 간 조선시대 군사 거점이었다. 지금의 전남 강진군 병영면 일원에 자리했었다. 사람들과 물자들이 모여 교역하던 경제 중심지이기도 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이곳에서 잠시 살기도 했다. 그러나 동학 이듬해인 1895년 폐영됨에 따라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곳이 뒤늦게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병영성 복원

강진군 병영면 성동리 일원 병영성곽 안팎에는 요즘 옛모습을 살려놓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높이 4.9m에 달하는 성곽을 돌로 쌓고 있다. 1060m에 달하는 전체 성곽 중 514m를 복원했다. 일부 보존이 된 남문 쪽 성곽의 모습대로이다. 일제가 병영성을 훼손하기 위해 건립했던 병영초등 학교 건물도 철거를 시작했다. 성곽 안팎에 있는 면사무소와 보건지소는 다른 곳으로 옮겼다. 성내는 9만3137㎡. 성 안팎에 들어선 민가들도 사들여 철거 중이다. 걸림돌이었던 민가와 학교·기관 이전문제가 해결돼 활기를 띠고 있다.

1997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에 국비를 포함한 총 340억원이 투입된다. 임경룡 강진군 기획정책실장은 “지금까지 44% 정도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며 “2010년까지 문루(門樓)와 해자(垓字·성 밖으로 둘러서 판 못), 동헌, 객사 등의 옛모습을 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전라도와 제주도의 53개 주(州) 6개 진(鎭)을 통할했던 호남 육군 총지휘부의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조선시대 군사 거점이었던 병영은 상업도시로서도 전성기를 누렸다. 한말엔 3000여호에 이르렀다. 이제는 362호로 줄어들었지만 옛 영화를 간직하고 있다. 병영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4㎞에 달하는 골목에는 장사하던 이들로 붐비었고, 병영 안에서 길을 잃으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곳이었다. “북쪽에는 개성 상인, 남쪽에는 병영 상인”이라는 말이 전해주듯 이곳 병영 상인들이 상권을 주름잡았다.




▲ 강진군 병영면에 있던 조선시대 전라병영(兵營)성의 모습을 재현하는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양광식 강진문헌연구회장은 “이곳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잇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성의 복원과 함께 외지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역사문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이런 가능성을 병영성과 관련한 하멜기념사업에서도 찾고 있다.

◆하멜기념관 건립

하멜 일행이 살았던 곳은 병영성 주변 마을이었다. 현재 병영면 성동리에 하멜기념관을 짓고 있다. 억새풀, 느티나무, 회화나무, 이팝나무들로 둘러싸여 자연 속에 아담하게 자리하게 된다. 올 12월 문을 여는 기념관에는 하멜 동상과 대포, 네덜란드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그림 10여점, ‘하멜시대’ 네덜란드 생활용품 30여점도 전시한다. 특히 하멜의 동상과 대포, 그릇, 나막신(네덜란드식 ‘클로그’) 등은 강진군과 결연한 하멜의 고향 네덜란드 호르쿰시에서 기증한 것들이다. 강진군 공무원들은 현재 하멜의 고향을 방문, 전시 물품 목록을 추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당시 하멜 관련 사이트 ‘하멜캡슐’(www.hamel.go.kr)도 개설, 운영하고 있다.

1653년 8월 15일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스페르웨르호가 폭풍우에 난파돼 배에 타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이 제주도에 상륙했다. 생존자 36명 중 한 명이 하멜(Hendrick Hamel·1630~1692). 서울로 이송되었다가 전라병영성에서 7년 간(1656~1663) 억류생활을 했다. 이어 여수를 거쳐 1666년 일본으로 탈출, 본국에 돌아갔다. 귀국 직후 ‘하멜표류기’를 저술, 서양에 조선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반면 조선은 대외 개방의 필요성을 의식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병영성과 하멜 유적은 국가의 안위뿐 아니라 대외 개방, 국제 선린과 관련한 중요한 유적지이자 역사교육의 장”이라며 “불과 1세기 만에 쇠락한 도시로서의 병영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잘 살려 일으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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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병영면에 있던 조선시대 전라병영(兵營)성의 모습을 재현하는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