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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는 방법
- 신해욱 -
석고로 주먹을 떠서 외투의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는 아주 깊었다.
추위를 잠시 잊고
나는 한결 가벼운 손이 된다.
가파른 각도로 연필을 잡고
낭떠러지를 떨어져버리는 것처럼
글씨를 쓰게 된다.
뼈의 소리를 듣게 된다.
골절의 아픔을 딛고 깁스 위에 평생토록
메모를 남기는 일을 맡게 된다.
글씨가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필적 감정을 요구받게 된다.
그제서야 나는
동면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주머니는 깊었고
주먹이 잠들어 있었다.
곱은 손가락을 펴고
연필을 맡게 될
뒤늦은 시간이 오고 있었다.
계간 창작과비평 2009년 겨울호(통권146호)를 보다가 116쪽에서 발견한 신해욱의 시...
신해욱 시인의 시가 내 입맛에는 잘 맞는 것 같다.
The Quarterly Changbi #146